｜권두언｜

 

조 석 진

 

영남대학교 자연자원대학 교수

 

낙농가 자구노력, 무엇보다 절실할 때

 

최근 낙농을 둘러싼 주요 현안의 하나인 원유가격조정이 진통 끝에 가까스로 수습되었다. 1998년 18.4%의 가격인상이 있은 후 6년간 동결되어 오던 원유가격이 13% 인상된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의 원유가격조정은 낙농가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며, 금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낙농가는 우선 원유가격인상으로 2003년 말 이후 약 26%에 달하는 배합사료가격인상에 따른 경영압박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금번의 원유가격인상은 배합사료가격인상이라는 직접적인 이유 외에도 진흥회의 잉여유차등가격제 및 집유주체별 쿼터제 실시에 따른 생산감축으로 인한 낙농경영의 채산성악화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같은 의미에서 유가문제는 결국 원유수급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낙농산업의 경쟁력제고라는 측면에서 보면 생산자 유가는 언제까지고 오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낙농이 시유생산에 국한되어 있고, 시유수입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가격유지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한·일간에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협상이 2005년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고, 북해도의 대규모 낙농가의 원유생산비가 이미 50엔대까지 하락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2004년 현재 일본의 치즈용 원유의 kg당 가격이 43엔 58전에 불과하다. kg당 5.9엔의 치즈장려금을 포함하더라도 48엔 67전으로 50엔을 하회한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금번의 가격인상으로 일본의 치즈용 원유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국내의 원유가격(kg당 약 700원)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북해도산 원유의 수입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금후 국내 낙농은 공급측면에서 원유의 수급균형유지 및 생산성향상을 통한 경쟁력제고라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수요측면에서는 13%의 원유가격인상에 따라 소비자가격이 제품에 따라 25%에서 40%까지 인상됨에 따라 금후 귀추가 주목된다. 그 외 대외적인 요인으로는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결과에 따라 유제품에 대한 추가적인 관세인하를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낙농가의 경영안정을 바탕으로 하는 낙농업의 안정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농가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즉 금후의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낙농은 수입유제품을 매개로 하는 국제간의 경쟁뿐 아니라 대내적으로 지역간 및 농가간 경쟁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최근의 원유가격인상을 생산성 향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언제까지고 원유가격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쌀의 경우에서 보듯이 국제화시대에 있어서 지속적인 가격상승은 결국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생산성향상을 위해서는,
첫째, 경영자의 경영능력배양이 필요하다. 농업경제학자로써 197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슐츠(Schultz)교수는 농업 내부에서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가장 절실한 분야로 낙농을 지목하였다. 그 이유는 낙농은 조사료생산, 도태, 사양관리 등 경영자의 끊임없는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다수의 하부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필자의 계측결과 낙농에 있어서 경영자의 경영능력수준에 따라 생산비에 약 10%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주어진 가격조건 하에서 경영자의 경영능력향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둘째, 신기술의 도입이다. 1982년 일본의 농업개방과정에서 “농업은 선진국형 산업이다 - 일본은 선진국이다 - 따라서 일본은 농산물수출국이 될 수 있다”라는 3단 논법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가노우(口十芳和)교수는 미국의 낙농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였다. 즉 1955년 평균 2,651kg에 불과했던 미국의 착유우 두 당 산유량이 1977년 5,079kg까지 증가하여 연평균 3%의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며, 이는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개량기술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생물학적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유우의 산유능력향상 외에 낙농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착유로봇 및 자동사료급여기(cattle code system) 등과 같은 센서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규모확대를 통해 노동생산성향상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국내 낙농의 경우 최근 13년간(’90~’03) 연평균 무려 9.5%의 빠른 속도로 규모확대를 실현함으로써 호 당 사육두수가 15두에서 49두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착유우 두 당 산유량은 1990년의 5,372kg에서 2003년 현재 7,102kg까지 늘어나 연평균 2.2%의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착유우 두 당 산유능력은 2002년 현재 캐나다(9,511kg), 미국(8,424kg), 스웨덴(7,852kg), 덴마크(7,492kg), 일본(7,459kg) 등에 비해 아직 뒤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금후 지속적인 신기술도입을 통한 생산성향상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영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신기술도입은 자칫 경영의 채산성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낙농은 이제 철저한 경영마인드와 신기술로 무장한 프로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