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언｜

 

이해와 양보, 타협이 필요한 때

 

박 세 범

서울우유 전무

 

70,80년대에 거침없는 성장을 한 우리 낙농산업은 최근 원유가격 인상, 낙농진흥회 기준량 증량 그리고 축산업 등록제 등의 과제를 안고 오랫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사회, 경제, 문화가 급속히 변화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 수입자유화, 국민 식생활 패턴 변화 그리고 환경문제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면서 낙농도 많은 변화를 하였다. 그 동안 고성장을 하던 우유소비 증가가 둔화되고 생산조절제가 도입되는 등 원유수급문제가 최대 현안사항으로 등장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년초 농림부는 낙농가와 유업체의 직결체제와 원유가격의 시장자율기능 체제로 전환 방침을 발표하였고 이에 낙농가들은 극한 불만을 표출하는 결과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원유와 유제품가격이 1998년 이후 7년간 동결되어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힘들어하는 시기에 연초부터 배합사료가격이 3차례 인상되어 25%나 상승되는 등 낙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낙농문제에 대해 복잡한 고등 함수식과 같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낙농가, 유업체 그리고 유관기관이 지혜와 슬기를 모은다면 오히려 단순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원유수급과 가격문제는 고민거리이지만 정부와 낙농종사자들이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낙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유업체도 직시하여야 하고 낙농가도 유업체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동반 성장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작금의 낙농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림부 생각, 유업체 생각, 낙농가 생각이 모두 다르고 모두가 자기 주장을 하게되면 쉽게 갈 길도 어렵게 가게 되기 때문에 이해와 양보 그리고 타협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지난해부터 시행된 생산조절제 등의 영향으로 금년 7월까지 원유생산량은 10대 유업체 기준으로 전년보다 0.6% 증가하였으나 반면 우유소비량은 1.6% 감소하였다.
우유소비는 2000년대에 들어서 소비자들의 웰빙바람과 건강보조식품 선호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한 다양한 음료 출시 및 출산율 저하 등의 요인으로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금년에는 IMF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경제환경 때문에 소비자들의 우유 구매에 한계가 있음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낙농단체 및 유업체는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와 식생활 패턴이 유사한 일본을 포함한 선진국들도 마시는 우유의 소비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점을 감안할 때 우리 역시 음용유 소비가 감소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이상의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낙농가들이 생산조절제로 고통을 받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유 한 개라도 더 팔아야 하는 것이 유업체이지만 소비문제는 유업체만의 몫이 아닌 낙농에 관련된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우유소비확대를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을 수 있다. 아직도 학교 우유급식의 현황을 보면 초등학교 우유급식 비율이 80% 수준이고 중·고등학교는 25% 수준이다. 초등학교 우유급식비율을 100%하고 중·고등학교 급식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우유수급은 기대이상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우유소비확대를 위한 자조금 활성화, 체계적인 우유소비홍보 프로그램 추진 등을 위한 낙농가, 유업체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낙농은 40여년 동안 우유수급불균형, 원유위생파동 그리고 원유가격 인상 등의 어려운 난제에 직면할 때마다 슬기롭게 극복한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선배들이 열정을 갖고 지켜온 낙농을 우리 후배들에게 발전된 모습으로 승계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일 것이다. 전국 낙농가의 생존을 위해서는 다같이 힘을 합쳐 모두가 협동한다면 우리의 길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