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산업의 위기! 정보와 기술로 극복하자
윤상기/축산연구소 소장
한 때 낙농업은 다른 축종에 비해 농가 소득원으로 최고라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년 내내 아침, 저녁 착유라는 강도 높은 노동을 요구하는 어려움이 많은 낙농이었지만, 월 2회 지급되는 유대(乳貸)와 비싼 송아지 값으로 가정경제와 자식들 학비를 벌 수 있다는 사실에 고생을 고생으로 여기지 않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꼴을 베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단지 경제적으로 돈이 된다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생산하는 우유가 국민들의 기초 식량으로서 국민 건강에 기여해 왔으며, 지금도 마시는 음용유 만큼은 우리가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자부심으로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낙농 현장에서 수고하는 낙농가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렇게 힘든 가운데서도 낙농산업은 성장을 지속하여 1985년에는 낙농가수가 43,760호까지 이르렀으나 1998년 이후부터는 매년 1천호씩 줄어들어 2004년 3월말 현재에는 전국 낙농가수가 10,300호 수준으로 낮아져 최근 몇 년 동안 낙농환경이 얼마나 어려워 졌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우유수급불균형에 따른 소비감소와 생산량 증가로 낙농가들은 사상 초유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또한 설상가상으로 국제사료곡물 가격의 상승으로 배합사료 가격 인상이라는 피할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잉여원유 차등가격제와 기준원유량 제한, ’98년 이후 동결된 원유(原乳)가격, 축산업등록제 시행 등으로 많은 낙농가들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DDA협상과 한·칠레 FTA 체결에 이어 한·일·중 FTA가 추진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산적해 있습니다.
그렇다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힘들지만 생산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지속적인 낙농업을 영위하는 길입니다. 제일 먼저 생산비 구성요소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료비(우유 100리터당 사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52.7%, 2003년 우유생산비 조사결과) 절감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므로 착유우의 능력에 따른 합리적인 조사료와 농후사료의 비율이 유지 되도록 사료급여 계획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생산성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생산성에는 노동생산성, 젖소 생산성, 토지 생산성이 포함되는데 이 모든 것을 고려하여야 하며 노동생산성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는 시설 자동화(착유시설, 분뇨처리 시설, 사료급여시설 등)와 사육규모의 적정화(부부중심 전업농 경산우 30두~50두)이나 시설자동화의 경우 과다한 투자가 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젖소 자신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가축개량을 통한 고능력우 확보이며 고능력우가 확보되어 있다면 세균 및 체세포수 감소에 의한 우유 위생등급 향상, 번식률 향상 및 고능력 젖소의 이용 년한 연장에 의한 가축감가상각비 절감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토지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자기지역별 조사료 생산 최적 작부조합을 선정하여 수량이 많고 영양가가 높으며 생산비가 낮은 작목을 선택하여 사료비를 줄여야 합니다.
수입 조사료가 아니면 낙농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생각하던 농가들 사이에서 최근 랩핑 사일레지(총체보리, 생볏짚, 총체벼 등)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에서는 우리나라 축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축종별 전문 연구원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젖소수소 비육용 섬유질 배합사료 개발, 원유수송단계 표준위생처리공정 설정, 여름철 고온 스트레스 저감용 첨가제 개발, 번식효율 증진을 위한 발정 주기율 관리기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낙농과를 중심으로 현장 애로 과제 발굴과 연구를 통한 해결방안 제시, 첨단기술 접목에 의한 우유품질 향상과 기능성 및 유기 우유 생산 연구 등 미래지향적인 연구도 수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산·학·연 공동연구를 통하여 우리나라 낙농산업 발전에 더욱 기여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낙농업이 처한 현실을 살펴보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되어 있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옛말에 이르기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였고 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당장 현실이 힘들고 어렵지만 꿈과 희망을 포기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21세기 한국의 낙농산업은 비전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신선하고 안전한 우유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인정받는 길 그것이 낙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사명이요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정보와 기술력을 갖춘 낙농가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므로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말고 철저한 기록과 미래에 대한 사전 준비로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여 나갑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