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낙농육우」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23회 생일을 맞습니다

 

이 승 호/본회 회장

 

1981년 등록을 시작으로 낙농육우농가들에게 「월간 낙농육우」을 통해 낙농육우 관련정보를 제공해온 지 올해로 23번째 생일을 맞게 되었다. 해마다 늘어나는 낙농현안들도 감당하기 힘들지만, 낙농산업의 거성같은 존재이신 김남용 전 회장에 뒤이어 낙농육우농가들을 대변하는 협회장직을 맡게 된 사실도 본인에게는 청년분과위원장 시절과는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는 한 해이기도 하다.
많게는 4만 3천여 호에 달했던 우리 낙농가들이 98년 이후 매년 1천호 씩 폐업하더니 이제는 1만호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중소낙농가들이 사라져 가고 있는데 우리가 힘써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낙농가족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마냥 서글프다.

이토록 해마다 낙농가들이 본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혼합분유 등을 비롯한 유제품의 수입에 대해 정부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한 채 그저 우유가 남는다는 것을 이유로 이 나라 전 낙농가들의 생산이 제한되고 있어 낙농가들의 생계가 나아지기는커녕, 해마다 농가부채만 늘어나고 있다.
삶의 질에 대해 푸념을 늘어놓는 도시민의 근로자들이 실존에 대한 고민하는 동안, 생존에 대해 절치부심해야 우리 낙농육우인들에게는 생산을 제한하는 각종 정부정책이 야속하기만 하다. 특히 집유일원화 사업에 참여했다가 강제적으로 잉여원유차등가격제를 겪고 작년 7월에는 원유생산 감축대책 이후 폐업농가가 발생하는 등 갖은 피해를 입어온 진흥회농가들에게는 하루하루가 고통의 나날이다.
현재 일반유업체는 한시적이기는 하지만 기준원유량을 상향조정하고 있는 상황이고, 진흥회 계약물량의 증가와 단체급식물량에 대한 진흥회 물량의 대체 등으로 전체 진흥회 잉여율이 감소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우유를 찾지 않으니 생산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 하에 진흥회 농가들은 여전히 잉여원유차등가격제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의 해소에 앞서 농림부는 유업체 직결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자 최근엔 농림부에서 유업체직결체제에 대해서 보류하겠다고 밝히고 진흥회농가의 기준원유량 상향조정에 대해서는 만족할 만한 답변을 미루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지만, 지난 폐·감축 지원처럼 기회만 된다면 낙농을 포기하려는 진흥회농가들이 속출할 것은 분명하다. 이런 암흑 같은 나날의 연속에서 일단은 ‘낙농산업발전대책협의회’가 조속히 재개되고 볼일이다.
이같이 소비가 줄어서 생산도 줄여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는 친환경축산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에 포장되어 축산업등록제라는 제도로 우리 낙농가들의 목을 죄고 있다. 누차에 걸쳐 발표한 성명서와 월간 낙농육우지 등을 비롯한 각종활동들로 인해서 등록제의 진실이 낙농가들에게 드러나서인지 등록제에 참여한 낙농가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이에 정부는 친환경축산직불제의 수혜자격을 등록제 신청자에 한함으로써 직불제와 축산업등록제와 연계하고 있어 실적위주의 정책일변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내 낙농가들의 94%가 이 제도의 규제대상에서 피할 수 없다. 그동안 시달릴 데로 시달린 많은 낙농가들이 급기야는 끓어오르는 분루를 집어삼키며 수 십 년 생업의 터전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협회가 응집된 낙농·육우농가들의 여론을 바르게, 강하게 전달하려면 더 이상의 우리 낙농·육우가족들의 수가 줄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주변의 낙농가들이 하나 둘 사라진 후에는 어느 누구도 우리 낙농육우인들의 주장에 권위와 정당성을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월간 낙농육우」는 현재와 같이 낙농가들이 겪는 천로역정의 고리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에 충실할 것은 물론이고 낙농가들에게 피해가 되는 그 어떤 장애물에 대해서도 좌시하지 않고 경종을 울리는 데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낙농가들의 수가 급감하는 반면, 근래 들어 육우농가 회원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협회 내에서도 육우산업 현안 해결을 위해 시식회 등 육우고기에 대한 대 소비자 인식전환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동안 육질개선의 노력이 많이 이뤄진 덕에 육우의 품질은 한우에 못지않은 식감에도 불구하고 육우는 젖소고기라는 소비자의 인식 때문에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이 같은 인식을 타파해 나가기 위해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교육홍보 뿐만 아니라 우리 낙농인들도 육우에 대한 인식을 바로 심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육우의 소비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육우의 얼굴찾기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육우자조금 사업 시행, 단체급식 공급, 하나로 마트 등 대형매장 육우 입점 등 참으로 할 일이 산적하다.
우리협회가 명실상부한 낙농육우인의 대변단체이니 만큼 육우소비촉진 활동과 더불어「월간 낙농육우」에도 육우인들의 경영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지면을 더욱 할애할 계획이다.

대내외적으로 낙농육우를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은 어려워지고 있다. 밖으로는 WTO 농업협상, FTA 등 거스를 수 없는 개방의 파고에 우리의 국경보호조치는 전무할 정도이고, 안으로는 축산업등록제 등의 규제와 잉여원유차등제 등의 생산제한으로 앞날을 기약하기 힘들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의 목소리를 잃지 않으며 이 고비들과 대응하며 이겨나갈 때 비로소 우리는 우리의 낙농육우산업을 존속시킬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축산인 임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