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위기에 직면한 낙농인의 마음가짐
강성원/본회 고문
이렇게까지 절박한 위기를 당하긴 우리나라 낙농사에 처음인 듯 싶습니다.물가는 봇물 터지듯이 마구 뛰어 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쓰는 조사료나 배합사료는 벌써 상당수준 올랐는데 5월에도 다시 오를 수밖에 없고 7월에도 또 안 오를 수가 없답니다. 그 숫자는 두자리랍니다. 그 이유는 여기서 되풀이 할 필요 없겠지요.
우리가 기술이나 경영의 묘(妙)로 생산원가의 상승요인을 흡수하는 것은 이미 어려우며 5월과 7월이 되면 생존불능에 이르를 것은 명약관화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산하는 원유는 아직도 수요를 웃돌고 있답니다. 그래서 상식적으로는 지금 유대를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 상식론으로는 안되는 얘기지요. 왜냐하면 절대적자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 낙농가는 우리의 생존과 멸망의 갈림길에서 모든 우리의 상대와 대타협을 시도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유대의 현실화, 수급균형을 위한 각자의 역할수용, 낙농제도의 국가적 틀 등을 한 묶음으로 해서 말입니다.
여기에 생각이 이르니 우리 낙농가가 돌이켜보고 다져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아(自我)입니다. ‘내 스스로 힘을 길러 축적하고 그 힘으로 장애를 뚫고 승리에 이르고 지키고 발전시킨다’ ‘이것만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하는 자각 말입니다.
자존(自尊), 자부(自負), 자신(自信)으로 표현되는 나의 값어치 즉 남이 이루어 줄 수도 없고 이루어 주어도 그것은 죽은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때입니다.
오늘 내가 죽는 그날까지 그만 둘 수도, 쉴 수도, 좌절할 여유도 없는 나의 낙농은 이제부터라도 누구 탓하지 않고 나의 힘으로 영위해 나아간다는 자아를 찾은 날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기본이 서있을 때에만 우리는 당당해 질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 우리는 정부나 유업체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를 죽게 할 수도 있고 살게 할 수도 있다는 지난날의 인식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작지만 중요한 한 산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법을 지키는 국가의 주요 구성원으로서의 권리 즉, 국력의 정당한 배분을 요구하고 정부가 능동적으로 낙농을 보호하고 발전 시켜줄 의무를 다 해줄 것을 요구하는 당당한 활동을 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유가공업체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이익추구가 근본목표인 그들이 우리 낙농과 낙농인을 경시하는 것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우리가 확고부동한 생존력을 구축하는 것만이 대등한 거래교섭력을 확립하는 단 하나의 길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은 매달리거나 억지를 쓰는 일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힘을 결집해야 합니다.
자아를 찾은 우리가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사고방식의 재정립입니다. 흔히들 우리 한국사람의 성격을 말할 때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느니,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다느니 하지만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후진만 할 것입니까!
이제는
1. 매사를 긍정적으로 봅시다.
2. 퇴계선생의 향약정신에 따라 상부상조 합시다.
3. 협동으로 작은 자기희생과 전체의 큰 이익을 일궈냅시다.
4. 내가 먼저 배려하여 상호신뢰를 구축합시다. 나의 상대 즉, 정부의 고달픔을 이해해주고 유업체의 어려운 경영을 이해해주고 협회나 조합 등의 현실적 고통을 분담합시다.
5. 있는 힘을 다해 우유와 낙농경영의 질을 높여 절대적 경쟁력을 창출합시다.
6. 정직과 공정으로 신용사회 구축에 앞장섭시다.
이러한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낙농인 한사람 한사람은
첫째, 한줌밖에 안 남은 전국의 낙농가가 하나로 뭉치는데 초석이 됩시다.
둘째, 우리 낙농인들을 대변하는 조직은 모두 정부나 유업체 등 관계기관과 생산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여 우리에게 배분되어야할 국력이 효과적으로 이 나라 낙농의 생존과 발전을 위하여 쓰여지도록 뒤를 받칩시다.
셋째, 산학협동을 적극화하여 과학낙농을 이룩함은 물론 학자나 전문가들이 낙농가들과 동고동락하는 환경을 만드는데 헌신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