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방역과  축산경영

 

정영채/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본부장

 

자연은 인간이 늘 겸허하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바로 그날 우리나라 기상관측 기록상 100년만에 처음이라는 폭설이 내렸습니다. 우리 자신과 주변을 살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어느새 활짝 필 것입니다. 우리도 이제 방풍 비닐을 벗겨내고 겨울 먼지를 털어내고 훈훈하고 신선한 기운을 축사에 채우느라 일손이 바빠졌습니다.
비좁은 토지와 4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진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은 축산업을 영위하기엔 그리 적합지 않다고들 합니다.
BSE(소해면상뇌증：일명 광우병)는 유럽을 비롯하여 일본에서도 발생하고 있고 우리가 수입하는 쇠고기의 많은 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미국도 안전지대가 아님이 2003년 12월 밝혀졌습니다. 구제역의 경우 몽골이나 동남아지역에서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는 2년전부터 구제역 청정지역 선포를 위해 6개 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음을 볼 때 중국의 여타지역에서는 매년 발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도 인도네시아에서 2003년 10월 가금류 대량폐사가 보고되어 일본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던 것이나 중국에서 이미 2003년 5∼6월경 발생했다는 외신보도와 금년 3월2일 국제수역사무국 사무총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신속하고도 투명한 신고를 요청한 것으로 보아 2003년 12월 한국에서 발생하기 전에 주변국에서 발생했다고 추정됩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가축방역상 지정학적인 입지도 그리 좋지는 않다는 것이 하나 더 증명 되었습니다.

국제간 무역의 증대로 물적·인적교류가 빈번해져서 가축전염병 전파기회가 많아졌고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수차례의 전염병이 발생되어 축산업계의 경영압박과 극심한 소비위축을 초래하였습니다.

시장흐름은 생산자중심에서 소비자중심으로, 생산가치보다는 환경가치로 바뀌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디지털화(쌍방향 통신)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고 축산분야에도 이에 걸맞는 연구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축산업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언어는 합리(合理)와 판매(販賣)라고 봅니다. 즉 어떻게 투자를 최소화 하고 생산을 최대화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판매를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싸게 팔면 될 것인데 축산으로 말하면 좋은 제품이란 위생적으로 생산되고 안전성이 확보된 축산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규제위원회를 통과하여 제·개정된 갖가지 법령과 규정들이 축산업을 규제하는 것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축산물 생산을 위한 최소한의 지침이라 여겨야 한다고 봅니다. 자조활동자금의 방역부문 사용, 축산업등록제, 농장질병등급제, 생산이력제, 우수농장인증제 등을 통하여 소비자의 확실한 신뢰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2004년 우리의 당면과제는 구제역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66년만인 2000년에 발생, 2002년 5월에 재발했다가 동년 11월29일 회복한 청정국 지위를 유지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구제역특별방역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해외로부터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고 국내적으로 축산농가의 자율방역에 의한 차단방역 활동에 기대하고 있습니다.

차단방역의 요체는 전염병원인체와 전파경로와 가축 등 3요소를 관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염병원인체는 사멸시키던가 활동을 중지시키면 되는데 각각의 병인체에 잘 듣는 소독약을 선택하여 올바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전파경로는 매개체와 이동수단 등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고 가축은 예방접종을 실시해 전염병에 저항할 수 있게 하거나 도태, 살처분 매장·소각 등으로 전염병 전파를 차단해야 합니다.

자율방역이란 농가와 관련업계의 주인의식과 이웃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 되어 행하는 전염병예방·퇴치활동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흔히 ‘농가의 협조 없이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우리 농가가 협조하지 않으면’이라는 말을 방역활동 중에 자주 하기도 하고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자율방역이란 말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한다면 ‘우리 농가의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의식이 있어야 우리 축산의 미래가 있고,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구제역 및 고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발생 후 대응조치가 훌륭했다는 평을 받은 것처럼 가축전염병 예방활동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비용개념에서도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축산경영에서 소독비용(소독약값+노동)은 예방접종비용(백신값+노동)과 마찬가지로 일정비율 축산물 생산비에 계산해 넣어야 하는 것입니다. 언제 까지나 정부(국민)에서 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느 전문지 기사에서 관급백신이 사용하지도 않은 채 땅속에 묻히거나 관급 소독약이 축사 한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일년 씩이나 방치되는 일이 있다고 하던데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정지역으로의 생축의 이동시 철저한 방역조치 미비로 청정지역을 선포한 지 수주일 내에 소부루세라병이 다시 발생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아야 하며 내 농장의 돼지콜레라 발생으로 수많은 타 농장에 피해를 입힌 농장－방역기관의 조사에 의하면－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구제역이 발생되지 않도록 철저한 방역활동을 전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