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호 <이임사>

 

한지붕 세가족의  멍에를 벗자

 

김남용/본회 前 회장

 

많은 낙농가들이 우리 낙농계는 한지붕 세가족이라고 말들을 하고 있다. 이 말이 타당하다고 한번도 필자는 생각한 바가 없다. 세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낙농가들의 목소리가 세 곳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한 목소리가 아니고 세 목소리가 낙농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면 낙농가의 제반 건의는 물거품이 되고 또 낙농가의 권익은 땅에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 목소리는 힘이 있지만 세 목소리는 힘이 없다. 더구나 건의내용이 상반되면 그 건의는 휴지조각이 된다. 4만5천여호의 낙농가가 현재는 1만여호로 감소하였다. 1만호의 낙농가가 한 목소리를 낸다고 하여도 우리나라 농가 350만에 비하면 보잘 것 없다. 그런데 목소리까지 여러 목소리를 내는 추태가 계속된다면 낙농가 스스로가 자기의 권익을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금번 총회서 새 임원진이 구성되었다. 임원을 지역에 그리고 유업체에 안배하여 선출한 것은 자기를 선출한 곳의 낙농육우농가들의 대변역할을 충실히 하라고 하는 강한 의미가 있다. 사람의 모세혈관과 같은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야 협회도 제구실을 할 수 있고 낙농가들도 보다 더 안심하고 우유생산에 전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모세혈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살이 썩듯이 그 조직 즉 협회는 썩게 되는 것이다. 새 회장, 새 이사들이 우리나라의 낙농산업 그리고 각자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도록 각자 내가 먼저 각오를 새롭게 하겠다는 다짐만 한다면 우리나라의 낙농산업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이웃에는 일본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축산물을 수입하는 나라가 있다. 13억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도 현재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였었으나 지난해 옥수수 수출을 금지하였고 중국은 현재 우유가 부족하여 우리나라 60년대의 낙농정책과 같이 낙농목장에 정부에서 지원을 하는 등 낙농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그 일환으로 많은 젖소를 소비하고 있으며 지난해 우리나라의 젖소도 수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놓았다. 현재 양국간 젖소 수출입에 대한 검역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것이 숙제이나 이는 곧 해결되리라 보며 우리나라 낙농가들이 중국으로 진출하였고 또 진출을 위하여 오가고 있다. 현재는 우유잉여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우유잉여문제 해결은 소비를 늘리든가 생산을 제한하는 것이다. 우리 낙농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우선 소비를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협회에서는 80%에 해당하는 낙농가의 협조로 낙농자조활동자금사업을 5년째 시행하고 있다. 많은 돈이 아니어서 일부에서는 효과를 의심하지만 공식적으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우유생산량의 대부분이 시유로 소비되기 때문에 이 시유시장만이라도 지키면 낙농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우유가 식량화된 미국에서도 낙농자조활동자금사업으로 우유소비를 4% 증가시켰다고 하며 큰 금액의 자조활동자금으로 우유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지사무소를 설치하고 수시로 자국의 우유소비를 위하여 우리나라에 유장분말, 치즈를 위시하여 더 많은 유제품을 수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이 주 재원은 낙농자조활동자금이다.
우리나라의 농업여건, 낙농여건이 자유무역협정, DDA협상 등으로 계속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농업, 그리고 낙농산업이 붕괴될 수는 없다. 국민들의 먹거리, 국민들이 우유를 원하고 있는 한 농업과 낙농산업은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따르고 있다. 생각하는 낙농산업, 경영정신을 갖춘 낙농산업이어야 한다. 이스라엘은 사막에서 낙농업을 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좁은 국토에서도 낙농산업을 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산악지대에서 낙농업을 훌륭히 경쟁력을 갖추고 낙농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민이 우유를 원하고 있는 한 낙농업을 하여야 하며 경쟁력을 갖춘 낙농업을 할 수 있다.

협회장으로서 9년, 협회의 전무직을 합하면 20여년간 저는 협회 낙농육우농가를 위한다고 일을 하여왔습니다. 이제는 새 사람이 협회에 들어와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운영방법으로 협회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또 협회의 일을 처음 맡았을 때는 젊다는 생각, 젊은 피로 협회를 운영하겠다는 정신으로 현재에 이르렀는데 이제와서 저를 돌이켜 볼 때 이미 젊음이 사라졌다는 것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협회에 재임하는 동안 낙농육우농가들의 협조로 낙농육우협회 하면 사회에서도 지명도를 인정되게 되었고 그간의 크고 작은 일들에 있어 큰 허물없이 임기를 마치게 하여 주신 낙농육우농가에 감사를 드립니다. 또 낙농육우농가들이 협회의 일이 낙농육우농가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질타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협회의 운영은 일부의 낙농가를 위하기보다는 전체낙농가를 위하고 우리나라의 낙농육우산업을 위한다는 정신을 한시도 져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협회는 협회의 임직원을 위한 조직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낙농육우농가를 우선 위하고 그 다음은 우리나라의 낙농육우산업을 위하여 존재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도 물론이지만 전체 낙농육우농가들이 한 마음이 되어서 지원하여야 협회가 존립할 수 있고 낙농가 각자의 권익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회장을 비롯한 새 임원진이 구성되었습니다. 낙농육우농가들도 각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보호받기 위하여 새로운 각오로 협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야 할 것으로 압니다.
앞에서도 말하였지만 낙농여건이 계속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축산물의 소비가 널뛰듯 합니다. 우유도 예외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측을 할 수 없습니다. 우유소비홍보, 쇠고기 소비홍보를 하지 않으면 소비가 멈추거나 오히려 뒷걸음치도록 되어 있습니다. 소비가 되지 않으면 우리 낙농육우농가에게 바로 손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20여년간 소생을 사랑하여 주신 낙농육우농가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