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화/낙농진흥회 회장

 

계미년을 보내고 갑신년을 맞은 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습니다. 새해에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해마다 연말이면 이런 말들을 합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다’고 말입니다. 아마도 어려웠던 지난 한해를 반추하며 새로이 각오를 다지자는 뜻으로 가장 적합한 말이기에 그렇게 사용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렇듯 새로이 각오를 다진 그 다음해에는 그러한 다사다난의 시간들이 사라지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각오와 계획을 하고 있지만, 또한 새로운 어려움과 고통의 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상관없이 함께 사는 세상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필연적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넓지도 않은 도로에서 서로 바싹 붙은 채 숨 막힐 정도의 스피드를 내는 경주용 차들이 신기하게도 서로 부딪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카레이서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가서는 안될 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가려고 하는 쪽만 보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시선이 장애물이 있는 쪽으로만 향한다면 차 역시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는 이 비유는 인생살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말은 이렇게도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을 피하고 싶은 쪽으로 향하게 하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쪽에 온마음을 쏟으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에 정신을 쏟기 보다는, 자신이 피하고 싶은 상황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쏟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일만큼 헛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차라리 이런 헛된 일에 매달리는 대신 자신이 바라는 것에 온 힘과 마음을 쏟는데 더욱 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스카이다이버들이 상공에서 서로 손을 잡고 空中遊泳을 하기 위해서는 낙하하기 전 자기와 손을 맞잡을 상대에게만 온 신경을 쏟는다고 합니다.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낙하 후 자동적으로 몸이 상대방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게 된다고 합니다.
세상의 모든 행동원리는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목표한 방향대로 자신 있게 나아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목표한 방향이 인생의 원대한 꿈이든 단순히 돈 몇푼을 벌기 위해서든 그 원리는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믿음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에 반드시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올해 우리의 농업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련을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FTA 체결, DDA 농업협상 등에 의한 농·축산업 전반에 걸친 변화 요구 때문입니다. 당연히 낙농산업 분야에도 많은 영향이 미칠 것입니다. 아울러 유제품 시장의 완전개방을 요구하는 뉴라운드 협상 또한 목전에 있어 낙농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낙농경영의 경쟁력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이러한 시대의 변화 요구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또 어떤 식으로 대응해 나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의 낙농산업이 경쟁력을 갖춘 미래의 희망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느냐, 아니면 사양산업의 하나로 전락하고 마느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닥쳐올 고통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어온 바 있습니다.
2년간에 걸친 장기적 원유수급불안사태가 그것입니다. 이로 인해 낙농경영인들은 생산 감축 또는 폐업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정부 또한 약 2천여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등의 출혈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의 벽은 결코 낮지 않은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습니다. 분명 이 난국을 헤쳐 나갈 비상구는 있을 것이고, 또한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작금의 시대적 상황은 지난 반세기 동안 큰 변화없이 지속되어 왔던 우리 낙농산업에도 급격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급격한 변화에 대한 혼돈이 두렵고 제도의 미비에 따른 불편과 불신이 따르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보다는 무엇이 우리 낙농산업이 가야할 올바른 길이며 미래의 희망산업으로 가는 길인지에 대한 낙농업계의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 결정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그간, 우리 낙농가족 여러분들이 보여주신 저력과 위기극복의 의지를 바탕으로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작금의 위기는 충분히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낙농진흥회는 그간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옛 성현의 이러한 말씀처럼 ‘심히 창대한’ 앞날의 영광이 우리 낙농 경영인 여러분 모두에게 밝게 비추어지길 간절히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