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3社 매출 2002년 4500억서 작년 1조9400억원으로
업계, 가격인하 요구에 폐업도… 質 낮추거나 量 줄이기도

[조선일보 손정미 기자]

국내 주요 할인점들이 PB (Private Brand·자사 상표) 상품을 경쟁적으로 늘리면서, PB상품을 할인점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업체들로서는 PB 상품을 납품할수록 자신들의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막강한 힘을 가진 할인점들이 납품업체에 PB상품에 대해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납품 업체들이 가격 인하 부담을 다른 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PB상품이란 할인점들이 제조업체에 상품을 만들도록 한 뒤, 할인점 브랜드를 붙여서 파는 제품을 말한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3개 할인점의 지난 2002년 PB 전체 매출은 4500억원 규모였으나, 작년에는 1조9400억원까지 늘었다.

◆할인점의 횡포에 신음하는 제조업체

할인점에 PB 상품을 납품하다가 터무니없는 가격인하에 시달리다 끝내 문을 닫은 회사가 나오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할인점이 ‘많이 팔아줄 테니 90원에 달걀을 납품하라’고 해서 닭을 많이 샀다가 다시 가격을 70원까지 내리라고 해서 망한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PB상품을 납품하면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할 수 있지만 계속 가격을 내리라고 압력을 받기 때문에 상당수 업체들은 PB를 피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사정 때문에 서울우유나 농심과 같이 각 분야 1등 업체들은 PB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처음에는 할인점이 PB계약을 맺을 때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 제일 좋은 자리에 진열해주겠다고 약속한다”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리베이트를 받고, 반발하면 납품을 잘라버리는 수법으로 업체를 압박한다”고 주장했다.

할인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PB제품 납품을 거절하면 다음 매장 구성 때 아예 회사 제품 전체가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할인점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 즉, 어렵지만 할인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