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평□

낙농 특수성, 농산물 특성에 대한 공정거래법 예외규정 마련이 절실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전원위원회가 지난 16(목) 개최되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유 불공정조사 결과가 오는 일요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전원위원회에서는 공정위의 조사내용으로 경쟁제한성, 합의추정 등 유가공업체들이 공정거래법을 어겼다고 판단하는 사항들이 일일이 열거되었다. 우리 낙농농민들은 낙농특성과 농민실정을 헤아려 주의나 경고조치를 내려주길 요구한다. 또한 공정위의 우유불공정조사의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고서는 향후 제2, 제3의 농가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첫째, 낙농특수성, 농산물 특성에 대한 공정거래법 예외규정 마련이 절실하다. 낙농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검증된 바와 같이 제도의 산물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위시한 획일적 잣대로 법 위반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낙농특성상 우유수급안정과 거래약자인 농민보호를 위해 미국의 경우 반독점법을 통해 협동조합은 독과점에서 예외 시키는 조항 등이 명시되어 있고, 또한 정부행위 면책법리로 낙농정책과 같이 경쟁을 규제로 대체하는 정부에 의한 결정 때문에 일정한 행위를 독점금지법으로부터 면책시키고 있다. 그밖에 여타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농산물 예외조항은 엄연히 존재한다. 농림부처와 공정거래위원회, 국회가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한다. 더불어 낙농선진국과 같이 유업체 과점체제의 기형적인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낙농진흥법 개정을 통한 생산자위원회 설치 및 협동조합 집유일원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농식품부는 행정개입에 관한 법규를 명확히 하는 제도정비에 본격 나서야 한다. 우유라는 상품은 타제조업과는 달리 1차산업인 농민의 피와 땀이 존재하는 산업이다. 매일 목장에서 생산되고 제품화 되기 때문에 남으면 버려야 하는 것이다. 금번 조사와 관련 농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부처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농림부처와 경제부처의 시각은 분명 차이가 있다. 때문에, 낙농특성상 원유가격 결정문제나 학교급식 고정가격제와 같은 정부개입을 좀 더 명확하게 법의 테두리내로 끌어들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번 사태를 계기로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적극 나서길 바란다.

셋째, 낙농, 유업의 공정, 상생의 틀이 제도적으로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낙농농민들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한 부당성을 알려 왔다. 주장의 핵심은 유가공업체의 과징금 부과가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우려가 아니라 우리 낙농농민이 처한 현실이다. 유업체는 우리들에게 상생의 관계이고 애증의 관계다. 그러나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제는 공정, 상생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강력한 제도적 말뚝이 필요하다. 대등한 거래교섭과 원유수급 안정을 위한 전국 단일 쿼터제와 생산자 기구 설치는 그래서 필요하다. 문서 한 장과 함께 쿼터를 편법적으로 조정하는 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자는 것이다. 또한 유업체는 향후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혹여나 우유덤판매를 재개할 속셈이라면 정말 곤란하다.

끝으로, 중도실용을 내새워 서민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제값 못받는 농축산물에 대해서 단순 외국과의 물가 비교로 마구잡이식 조사는 지양되어야 한다. 배추가격 폭등한다고 난리칠 때는 관심을 가지면서, 폭락하여 농민들이 피해 보면 무관심하다. 또한 5천원짜리 통닭과 서민물가를 연결시키면서도 축산농가의 실정은 안중에도 없다. 취약한 농산물 유통구조에는 관심이 없다. 출자총액 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대기업 규제는 완화하면서 말이다. 무엇이 공정한 경쟁인지 우리 농민들은 묻고 있는 것이다.

FTA는 물론이거니와 이상기후, 구제역 발생, 생산비 폭등으로 우유가 부족하다. 우리 농가들은 현재 공황상태이다. 이 지경으로 가면 국민들이 우유를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는 상태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목장경영이 피폐해지고, FTA에 미래를 비관한 낙농농민들이 생업을 접고 있다. 그것도 낙농을 20,30년 하신 분들이 말이다. 산업에 희망이 없다. 정부대책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국회도 외면했다.

공정위는 미흡하나마 이번에 낙농산업에 대해 공부했을 것으로 안다. 그리고 농민들의 어려움과 낙농산업의 특성을 헤아리는 사고의 폭도 넓혔을 거라 기대한다. 또한 앞으로는 공정과 경쟁만을 내세우기 이전에 중소농이 대부분이고 상대적 약자로 보관성이 떨어지는 우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는 처사는 이젠 정말 버려야 한다. 머리로만 보지 말고 가슴으로 마음으로도 사회적 약자인 농민들의 고통을 보라. 낙농특성이 도외시되고 또다시 공정을 포장하여 농가 피해를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농식품부, 국회는 제도정비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그리고 낙농특성과 농민피해를 고려하여, 주의나 경고조치를 내려 주길 학수고대 한다. 과징금 부과로 존폐위기에 있는 낙농산업에 타격이 생길 경우, 구제역 파동으로 수면아래에 있는 낙농농민들의 저항이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10. 12. 17(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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