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심한 FTA 정부대책, 더 한심한 날치기 국회파행

 

허탈하다.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은 정치에 대해서도, 진보와 보수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선량한 농민들이다. 그러나 정부의 무성의와 국회파행으로, 소위 FTA대비책으로 요구한 예산들이 줄줄이 누락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분노와 절망을 금할 수가 없다.

현재 낙농산업은 FTA가 본격적으로 발효되기도 전에, 이상기후, 구제역 발생, 생산비 폭등으로 이미 우려했던 생산기반 붕괴로 우유부족현상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TA 발효이후 수입 유제품이 한꺼번에 몰린다면 그 누구도 낙농혼란을 막을 수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발표한 FTA 낙농대책은 근본적인 처방은 하지 않은 채 현재 유업체 과점체제의 불합리한 시장 구조를 유지하면서, 농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농가쿼터 삭감에 대한 근본대책은 도외시 하였다.

이미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은 정부와 국회에 정부대책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히며, 기반유지를 위한 연간총량제 도입, 국산 유제품 시장 형성을 위한 지원 그리고 소비확대를 위해 제시한 학교급식, 우유군납, 육우군납, 육우 우수성 홍보 관련 대책 등 FTA에 대응한 목장경영 안정 대책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장의 요구사항들이 정부의 무성의와 국회 파행으로 줄줄이 누락내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군다나 농식품부가 근본대책은 도외시한 채 FTA대책의 핵심인양 내세워왔던 가공유 지원예산마저도 당초 3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호언장담하더니 고작 100억원에 그쳤다고 한다. 또한 품질고급화 장려금 대체로 마련된 육우 우수성 홍보자금은 올해 10억원에서 내년엔 4억원으로 대폭 삭감되었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 이다. 농민 생존권을 위해 한미 FTA, 미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반대한 축산단체들을 이념논쟁에 가두어 불법단체로 폄하하는가 하면, 한EU FTA는 국민적 저항이 많지 않으니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대책 몇 개 던져놓고 밀어붙이더니 자기네들이 마련한 예산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 1000억, 2000억이니 높으신 국회의원님들 지역구 증액예산 소식은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의 절망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행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의 의사와 맞지 않을 경우 이를 고쳐 국정운영에 반영하는 것이 국회의 기본책무이다. 대한민국을 통상국가라고 하면, 식량안보를 지켜가면서 농민들을 위해 대책도 세워가면서 추진하는 것이 국정운영의 기본 철학이다. 그게 아니면 수출증대, 이윤추구에 함몰된 대기업 총수와 다를 게 무엇 있겠는가. 예산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철학이 없는 것이고, 그것을 실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나 국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임을 왜 모르는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위 ‘경제검찰’ 공정위원회는 낙농특수성을 무시한 채 낙농농민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하고 있다. 금주내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유가공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하니 정부, 국회, 이제는 공정위까지 합세하여 우리 낙농육우농가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지 못하는 유연성 결핍과 무엇이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 생각하지도 못하는 상상력의 부족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 정부, 우리 정치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가 정책으로 손해 보는 국민 한사람이 있더라도, 먹고살기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의 존재 이유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국회 파행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제발 좀 정신 좀 차리시고 각성 좀 하시라. 끝으로 정부가 도외시한 낙농육우 대책 마련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마지막까지 대한민국 낙농육우농가들을 살리기 위해 함께한 뜻있고 사려 깊은 국회의원님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정치적으로 해석될까봐 일일이 밝히지 않은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2010. 12. 13(월)

한 국 낙 농 육 우 협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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