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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호 꽁트 <내가 미쳤어>
관리자  /   2009-06-15 4454
꽁트 내가 미쳤어 글|박창수 그림|성주삼 아이구 환장 하겄네. 이 일을 어쩌냐구. 그 양반 더 살아야 하는데. 어쩌자구 그런 거여. 세상살이 참 허무한 일 인거여. 한번 가면 끝인데, 오죽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겠냐만서도 이건 안타깝잖어.” “누가 아니래.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치고 뭐고 잘 모르지만 하루 아침에 이 무슨 난리야. 우리 동갑계원들도 언제 기회 되면 봉하 한번 놀라 가자고 했잖아. 오늘 아침 점심 다 굶었어. 맘이 너무 아파서 밥이 안넘어가더라구. 목장댁 나 너무 화 난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더니 글쎄 우리 신랑이 나한테 하는 말이 ‘친정오빠가 죽었어 아버지가 죽었어. 왜 눈물은 짜고 그래’ 이러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성질이 나서 ‘당신같이 인정 머리 없는 사람이야 그러시겄지유. 사람 냄새라고는 없다니까. 어쩌면 그렇게 독한지 모르겠네’라고 쏘아 붙였어. 결국 부부싸움 한 판 했다니까. 삼십년 넘게 살았는데도 정이 안 간다니까. 정말” “알고 보면 수퍼댁도 참 눈물 많아. 부부싸움까지 할 필요는 없잖어. 그냥 속으로 삭히지 뭐하러 싸웠어. 그 집 아저씨는 싸우면 술 마신다면서. 사실은 나도 아까 TV 보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 우리 신랑도 헛기침을 하면서 참 안쓰럽다고 말하더라구. 그러면서 갑자기 읍내 갔다 온다고 나갔어” “술 쳐마시려면 마시라지. 여자 맘이라는 걸 눈꼽 만큼도 모르는 남자야. 오죽하면 내가 몇 년 전 갈라서려고까지 했냐구.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겨워. 말 한마디 부드럽게 살갑게 못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겄다니까. 에구 지겨워 아주.” 수퍼댁은 그날 남편과 싸운 후로 사흘째 말도 안하면서 냉전 중이라고 했다. 민자씨도 노 전대통령이 서거한 날부터 3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질 많았다. 그날 아침 이불 빨래 하려고 하다가 소식을 들은 후 빨래거리를 빈방에 넣어 둔 상황이다. 오래 전부터 노전대통령을 지지해오던 민자씨 남편은 서거하던 날 읍네 나가서 못 마시는 술을 잔뜩 마신후 밤 열두시가 넘어서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친정식구나 시댁식구가 죽은 것도 아닌데 민자씨 가슴이 이렇게 며칠간 우울하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본래 말이 없는 남편이 노전대통령 서거 이후로 더욱더 말이 없어지고 얼굴은 늘 우울해보이니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살어름 판을 걷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런 민자씨의 마음을 읽었는지 옆집 영식 엄마가 찾아와 읍네 시장이나 갔다 오자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와 재촉을 했고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민자씨는 영식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읍네로 나왔다. “요즘 농사철이라서 그런 지 시장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네유. 아줌니 시장 빨리 보고 우리 모처럼만에 맛있는 거나 먹고 가유” “영식엄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살게.” “아줌니 그런 말 마셔유. 제가 사드릴께유. 엇그제 영식 아빠가 모처럼만에 생활비 많이 내놓더라구유. 왜 작년에 산마 캐서 업자한테 넘기구 돈을 반절밖에 못 받았잖아유. 그런데 얼마전 그 잔금을 받았나봐유.” “아이구 잘했구먼. 요즘같이 돈 가뭄일 때 엄마나 다행스러워” “아줌니, 저는 친정 부모님 다 살아계시구 아직은 가까운 사람들 중에 죽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죽는다는 거 아직도 잘 못느끼겠어유. 노 전대통령 서거했다는 뉴스 TV로 날마다 보면서도 그냥 ‘안됐다’ ‘슬프다’ 그런 생각만 짬깐 들 뿐여유. 그런데 아줌니는 다르신거 같어유. 맘이 그렇게 아프셔유?” “영식 엄마는 아직 젊어서 그럴 거여. 그런데 가까운 한번 사람 떠나 보내면 죽는다는 거 그게 참 슬픈 것을 떠나 ‘아 이게 인생이구나’ ‘인생 참 허무한 거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팔십 넘어서 고생안하고 죽으면 그건 호상인데도 내 부모는 또 다르더라구. 노대통령은 아직 세상 등지기에는 이른 나이잖어. 그리구 그 양반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서.” “영식 아빠도 그러더라구유. 너무 안됐다구. 불행한 분 이라구유” 시장을 본 다음 민자씨와 영식엄마는 읍네 먹자 골목으로 갔다. 영식엄마가 이거 드실래유 저거 드실래유 하면서 친정엄마 챙기듯 하는데 마음 속으로는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마땅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영식엄마는 새로 생긴 치킨집을 보면서 날도 더운데 시원한 데 가서 치킨이나 먹자고 했다. 영식엄마는 나이가 젊어 치킨 같은 것을 좋아할 터이니 차라리 그게 낳겠다싶어 따라 들어갔다. “어머 새로 생긴 집 이라서 그런지 깔끔하고 좋네유. 아줌니 이 치킨 브랜드가 서울서는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더라구유.” “그렇구먼. 그래서 그런지 냄새가 고소하고 그렇네.” “아줌니 치킨만 먹기 그러니까 생맥주 한잔 하실래유. 날도 더운데 한 잔 마시셔유. 아줌니 기분도 거시기 하잖아유” “아이구. 아직 해넘어 갈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낮술을 마셔 ” “아줌니 괜찮어유 호프 한잔 마신다고 얼굴에 표시가 나유. 그리고 우리 영식 아빠가 좀 있다가 와서 운전할거니까 걱정 마시구 한잔 하셔유.” 기분도 우울한 데다 날이 더워 목도 마르니 영식엄마의 제안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못이기는 척하고 영식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자 치킨과 생맥주 오백 두잔이 나왔다. “어머 아줌니 진짜 시원하네유. 치킨도 맛있지유” “그려 맛은 있구먼” “제가 치킨하고 생맥주 무척 좋아하거든유. 가끔씩은 영식아빠가 치킨 사올 때 생맥주도 패트병에 넣어서 사오기도 해유. 처녀 때는 진짜 좋아했는데”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생맥주가 목을 타고 들어가자 민자씨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본래 주량은 맥주 한두잔이지만 생맥주는 시원한 맛 때문인지 꼴딱꼴딱 잘 들어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영식엄마는 벌컥컬컥 잘도 마셨다. 한잔으로 성이 차지 않은 영식엄마는 다시 생맥주를 주문했고 그렇게 마시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영식엄마는 넉잔 민자씨는 두잔을 마시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오기로 한 영식아빠가 바쁜 일로 오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그런데 영식엄마는 이미 혀가 꼬부라지고 다리는 휘청거렸다. 민자씨도 얼굴이 후끈거리면서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해는 서산머리에 올라있고 두 아줌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읍네 한 복판을 걸어갔다. 민자씨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칫하면 읍네에 목장댁 낮술 먹고 취해서 돌아다다는 소문이 날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세우고 영식엄마를 차안으로 밀어 넣었다. 술에 취한 영식엄마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줌니 우리 한잔 더 마셔유. 그러자구유” “이 사람아, 우리 너무 많이 마셨어. 아이구 남사스러워 죽겄어. 가만히 좀 있어.” “아줌-니 -이, 인생 뭐 있남유. 여자라구 마시지 말라는 법 없잖여유” “영식엄마, 정신차려. 저러다 집에 가면 싸움 나겠구먼. 이 일을 어쩌냐”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젊은 택시 기사는 집으로 오는 내내 영식엄마가 아니라 민자씨를 몇 번이나 쳐다보는 게 아닌가. 집 앞에 택시가 서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었다. 영식엄마는 그제 서야 조금 정신이 난 듯 택시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자기 집으로 휘청휘청 걸어 들어갔다. 문제는 민자씨였다. 시장바구니 들고 나갔다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꼴을 신랑에게 제대로 들켜버렸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 이었다. 신랑은 민자씨의 손에 쥔 시장 바구니를 낚아채듯 들더니 아무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어줍잖은 핑계를 댔다. “미안혀유. 영식엄마가 자꾸 마시라고 혀서 그만. 사실은 나두 홧김에 한잔 먹었시유. 아 그 양반 안됐잖아유. 안그래유?” “기가 막히군. 이 사람아 안된 사람은 당신여. 거울이나 보구 다녀. 여자가 참 쯔 쯔쯔" 남편의 말에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본 민자씨는 그만 기절할 뻔했다. 입술 주변에 빨간 루즈가 덕지덕지 칠해져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막 밥 그릇 비운 돼지 입술 같았던 것이다. 치킨 집에서 나오기 전에 입술을 닦는데 영식엄마는 아무리 취했어도 입술 화장은 다시 해야 한다면서 자기 루즈를 꺼내 먼저 바르고 나서 민자씨가 싫다고 해도 굳이 자신이 루즈를 발라주겠다고 떼를 썼다. 기어코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민자씨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구 내가 미쳤어.” 아이구 환장 하겄네. 이 일을 어쩌냐구. 그 양반 더 살아야 하는데. 어쩌자구 그런 거여. 세상살이 참 허무한 일 인거여. 한번 가면 끝인데, 오죽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겠냐만서도 이건 안타깝잖어.” “누가 아니래.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정치고 뭐고 잘 모르지만 하루 아침에 이 무슨 난리야. 우리 동갑계원들도 언제 기회 되면 봉하 한번 놀라 가자고 했잖아. 오늘 아침 점심 다 굶었어. 맘이 너무 아파서 밥이 안넘어가더라구. 목장댁 나 너무 화 난다.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더니 글쎄 우리 신랑이 나한테 하는 말이 ‘친정오빠가 죽었어 아버지가 죽었어. 왜 눈물은 짜고 그래’ 이러는 거야. 그 말을 듣고 성질이 나서 ‘당신같이 인정 머리 없는 사람이야 그러시겄지유. 사람 냄새라고는 없다니까. 어쩌면 그렇게 독한지 모르겠네’라고 쏘아 붙였어. 결국 부부싸움 한 판 했다니까. 삼십년 넘게 살았는데도 정이 안 간다니까. 정말” “알고 보면 수퍼댁도 참 눈물 많아. 부부싸움까지 할 필요는 없잖어. 그냥 속으로 삭히지 뭐하러 싸웠어. 그 집 아저씨는 싸우면 술 마신다면서. 사실은 나도 아까 TV 보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 우리 신랑도 헛기침을 하면서 참 안쓰럽다고 말하더라구. 그러면서 갑자기 읍내 갔다 온다고 나갔어” “술 쳐마시려면 마시라지. 여자 맘이라는 걸 눈꼽 만큼도 모르는 남자야. 오죽하면 내가 몇 년 전 갈라서려고까지 했냐구.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겨워. 말 한마디 부드럽게 살갑게 못하고 왜 그러는지 모르겄다니까. 에구 지겨워 아주.” 수퍼댁은 그날 남편과 싸운 후로 사흘째 말도 안하면서 냉전 중이라고 했다. 민자씨도 노 전대통령이 서거한 날부터 3일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일이 손에 잡히질 많았다. 그날 아침 이불 빨래 하려고 하다가 소식을 들은 후 빨래거리를 빈방에 넣어 둔 상황이다. 오래 전부터 노전대통령을 지지해오던 민자씨 남편은 서거하던 날 읍네 나가서 못 마시는 술을 잔뜩 마신후 밤 열두시가 넘어서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친정식구나 시댁식구가 죽은 것도 아닌데 민자씨 가슴이 이렇게 며칠간 우울하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본래 말이 없는 남편이 노전대통령 서거 이후로 더욱더 말이 없어지고 얼굴은 늘 우울해보이니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살어름 판을 걷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런 민자씨의 마음을 읽었는지 옆집 영식 엄마가 찾아와 읍네 시장이나 갔다 오자며 장바구니를 들고 나와 재촉을 했고 기분 전환이라도 할 겸 민자씨는 영식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읍네로 나왔다. “요즘 농사철이라서 그런 지 시장에도 사람들이 별로 없네유. 아줌니 시장 빨리 보고 우리 모처럼만에 맛있는 거나 먹고 가유” “영식엄마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살게.” “아줌니 그런 말 마셔유. 제가 사드릴께유. 엇그제 영식 아빠가 모처럼만에 생활비 많이 내놓더라구유. 왜 작년에 산마 캐서 업자한테 넘기구 돈을 반절밖에 못 받았잖아유. 그런데 얼마전 그 잔금을 받았나봐유.” “아이구 잘했구먼. 요즘같이 돈 가뭄일 때 엄마나 다행스러워” “아줌니, 저는 친정 부모님 다 살아계시구 아직은 가까운 사람들 중에 죽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죽는다는 거 아직도 잘 못느끼겠어유. 노 전대통령 서거했다는 뉴스 TV로 날마다 보면서도 그냥 ‘안됐다’ ‘슬프다’ 그런 생각만 짬깐 들 뿐여유. 그런데 아줌니는 다르신거 같어유. 맘이 그렇게 아프셔유?” “영식 엄마는 아직 젊어서 그럴 거여. 그런데 가까운 한번 사람 떠나 보내면 죽는다는 거 그게 참 슬픈 것을 떠나 ‘아 이게 인생이구나’ ‘인생 참 허무한 거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래. 팔십 넘어서 고생안하고 죽으면 그건 호상인데도 내 부모는 또 다르더라구. 노대통령은 아직 세상 등지기에는 이른 나이잖어. 그리구 그 양반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서.” “영식 아빠도 그러더라구유. 너무 안됐다구. 불행한 분 이라구유” 시장을 본 다음 민자씨와 영식엄마는 읍네 먹자 골목으로 갔다. 영식엄마가 이거 드실래유 저거 드실래유 하면서 친정엄마 챙기듯 하는데 마음 속으로는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마땅히 먹고 싶은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영식엄마는 새로 생긴 치킨집을 보면서 날도 더운데 시원한 데 가서 치킨이나 먹자고 했다. 영식엄마는 나이가 젊어 치킨 같은 것을 좋아할 터이니 차라리 그게 낳겠다싶어 따라 들어갔다. “어머 새로 생긴 집 이라서 그런지 깔끔하고 좋네유. 아줌니 이 치킨 브랜드가 서울서는 엄청나게 인기가 있다더라구유.” “그렇구먼. 그래서 그런지 냄새가 고소하고 그렇네.” “아줌니 치킨만 먹기 그러니까 생맥주 한잔 하실래유. 날도 더운데 한 잔 마시셔유. 아줌니 기분도 거시기 하잖아유” “아이구. 아직 해넘어 갈려면 멀었는데 어떻게 낮술을 마셔 ” “아줌니 괜찮어유 호프 한잔 마신다고 얼굴에 표시가 나유. 그리고 우리 영식 아빠가 좀 있다가 와서 운전할거니까 걱정 마시구 한잔 하셔유.” 기분도 우울한 데다 날이 더워 목도 마르니 영식엄마의 제안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못이기는 척하고 영식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자 치킨과 생맥주 오백 두잔이 나왔다. “어머 아줌니 진짜 시원하네유. 치킨도 맛있지유” “그려 맛은 있구먼” “제가 치킨하고 생맥주 무척 좋아하거든유. 가끔씩은 영식아빠가 치킨 사올 때 생맥주도 패트병에 넣어서 사오기도 해유. 처녀 때는 진짜 좋아했는데” 쌉싸름하면서도 시원한 생맥주가 목을 타고 들어가자 민자씨 기분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본래 주량은 맥주 한두잔이지만 생맥주는 시원한 맛 때문인지 꼴딱꼴딱 잘 들어가는 게 아닌가. 게다가 영식엄마는 벌컥컬컥 잘도 마셨다. 한잔으로 성이 차지 않은 영식엄마는 다시 생맥주를 주문했고 그렇게 마시면서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영식엄마는 넉잔 민자씨는 두잔을 마시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오기로 한 영식아빠가 바쁜 일로 오지 못한다는 게 아닌가? 그런데 영식엄마는 이미 혀가 꼬부라지고 다리는 휘청거렸다. 민자씨도 얼굴이 후끈거리면서 머릿속이 몽롱해지는 것 같았다. 해는 서산머리에 올라있고 두 아줌마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읍네 한 복판을 걸어갔다. 민자씨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자칫하면 읍네에 목장댁 낮술 먹고 취해서 돌아다다는 소문이 날것이 뻔한 일이었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어 택시를 세우고 영식엄마를 차안으로 밀어 넣었다. 술에 취한 영식엄마는 갈수록 태산이었다. “아줌니 우리 한잔 더 마셔유. 그러자구유” “이 사람아, 우리 너무 많이 마셨어. 아이구 남사스러워 죽겄어. 가만히 좀 있어.” “아줌-니 -이, 인생 뭐 있남유. 여자라구 마시지 말라는 법 없잖여유” “영식엄마, 정신차려. 저러다 집에 가면 싸움 나겠구먼. 이 일을 어쩌냐”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젊은 택시 기사는 집으로 오는 내내 영식엄마가 아니라 민자씨를 몇 번이나 쳐다보는 게 아닌가. 집 앞에 택시가 서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이 서 있었다. 영식엄마는 그제 서야 조금 정신이 난 듯 택시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자기 집으로 휘청휘청 걸어 들어갔다. 문제는 민자씨였다. 시장바구니 들고 나갔다가 술 마시고 들어오는 꼴을 신랑에게 제대로 들켜버렸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 이었다. 신랑은 민자씨의 손에 쥔 시장 바구니를 낚아채듯 들더니 아무말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간 그녀는 미안한 마음에 어줍잖은 핑계를 댔다. “미안혀유. 영식엄마가 자꾸 마시라고 혀서 그만. 사실은 나두 홧김에 한잔 먹었시유. 아 그 양반 안됐잖아유. 안그래유?” “기가 막히군. 이 사람아 안된 사람은 당신여. 거울이나 보구 다녀. 여자가 참 쯔 쯔쯔" 남편의 말에 화장실로 들어가 거울을 바라본 민자씨는 그만 기절할 뻔했다. 입술 주변에 빨간 루즈가 덕지덕지 칠해져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막 밥 그릇 비운 돼지 입술 같았던 것이다. 치킨 집에서 나오기 전에 입술을 닦는데 영식엄마는 아무리 취했어도 입술 화장은 다시 해야 한다면서 자기 루즈를 꺼내 먼저 바르고 나서 민자씨가 싫다고 해도 굳이 자신이 루즈를 발라주겠다고 떼를 썼다. 기어코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민자씨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식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이구 내가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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