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_ 깨끗한 목장 선정, 그 후 목장의 모습은?

‘깨끗한 목장’ 선정, 그 후 목장의 모습은?

협회가 ‘국민에게 사랑받는 우리우유, 우리목장’ 이란 표어로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 사업을 전개한지도 5년째이다. 깨끗한 목장 가꾸기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위한 각종 농가계도 활동을 병행하는 가운데, 2006년부터 전국적인 우수사례 보급을 위해 전개해왔던 우수목장 선정 활동은 해마다 많은 농가들의 관심을 모았다. 여러 해동안 사업을 벌여오면서 ‘제법 규모있고 아름다운 환경미화를 지닌 목장들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기던 ‘깨끗한 목장’에 대한 선입견이 올바르게 전환되어가고 있음을 지켜볼 때 한편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보다 더 많은 농가들이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안과 모델제시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이에 월간 낙농육우는 금번 특집을 통해 우수목장으로 기 선정된 목장들이 영예의 순간 이후에도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우수목장으로 선정된 목장들은 본래 지역에서 추천된 우수한 목장들이라 더 살펴볼 이유가 있겠냐마는 본 지면에 소개된 목장들은 향후 발전 잠재성이 더욱 돋보였던 목장들이다. 독자 모두가 조금은 긍정적인 자세로 한결같이 자신의 목장을 가꾸어나가는 그들의 마인드와 태도에 주목하여 주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화려함보다는, 소박하지만 오늘보다 더 향상되고자 하는 끊임없는 변화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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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깨끗한목장 캠페인, 목장관리 큰 도움
-율리목장(2007 우수상 수상), 깨끗한 목장 선정 이후 HACCP 인증까지

해풍이 부는 목장이 있다.
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반어 반농가였던 화성시 우정읍 화산리에 위치한 율리목장.
화성시 일대가 점차 도시화되면서 화성시 특유의 자연 경관은 사라져 버리고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율리목장이 위치한 율리(화산리)일대는 아직도 옛 풍경을 조금이나마 간직하고 있다.
수도권 최대의 축산단지 중 한 곳인 화성일대는 1980년대 들어서 축산 붐이 일었다.
지금도 낙농목장과 양계부분에서 사육두수는 도내 수위에 들 정도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시 관내 대부분이 개발이 제한되는 지역이다 보니 소득 사업으로 축산을 택하게 됐고 낙농뿐만 아니라, 한우를 제외한 육우, 양돈, 산란계, 육계 등 전 축종에 걸쳐 농장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낙농부분의 경우 현재도 도내 가장 많은 사육두수를 자랑할 정도로 낙농은 인기가 많았는데 당시 마땅한 고정 수입이 없던 농가들에게 월 2회 유대 수입은 가장 큰 매력이었고 주기적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폭등한 다른 품목에 비해 고정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낙농은 농가들에게 선호하는 품목이 됐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당시, 막 군에서 제대한 손희환씨는 부농의 꿈을 갖고 젖소를 구입했고 열심히 일을 했다.
바닷가가 인접한 마을 인지라 부모님은 갯벌에서 조개류를 수확하고 또 논일과 밭일을 번갈아 가며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새로운 일이 필요했다.
이후 1999년 현재의 부지로 이전하기까지 목장은 차츰 커나가기 시작했고 어느 때부터인가 목장에서의 수입이 농사일과 어가의 수입을 합한 것을 앞지르기 시작해 이제는 7명의 대식구의 삶을 책임지기에 이르러, 현재는 하루 2톤여를 생산하는 큰 목장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율리목장은 목장으로서는 조금 불리한 마을 중앙에 위치해 있었다.
목장을 일구던 초기에는 마을 전체가 손씨 집성촌인 관계로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해해 주었지만, 목장이 커지면서 마을에서의 목장경영을 포기하고 마을서 500여 미터 떨어진 비교적 한적한 곳으로 이사하게 됐다.
목장이 이전하고 규모가 커지면서 목장환경개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안주인인 문동숙씨다. 바지런한 성격으로 정리정돈이 잘돼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여기저기 늘어 놓은 목장 정리에 늘 팔을 걷어 붙인다.
자녀 셋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사는 대가족인지라 가끔 잡초 제거 등 목장환경 개선일에 아이들을 불러 일을 하지만 이도 한 두번 남편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에서는 힘에 붙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목장관리의 노하우도 없던 터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청소를 하고 가꿔야 하는지도 막막하던 차에 관내 인경목장이 목장관리를 잘해 낙농육우협회가 주관하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의 우수목장으로 2006년도 선정(우수상)됐다는 소식에 당장 찾아갔다.
율리목장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깨끗하게 관리되는 목장과 구석구석 가꿔진 화초 등에 매료된 문동숙씨는 당장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겼고 목장관리인에게 인경목장을 견학시키고 목장을 이런식으로 관리했으면 한다며 독려하면서 일은 시작됐다.
이후 보다 못한 손희환씨가 함께 가세하면서 목장 환경은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고 목장 이전 건축 후 축사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어 허전했던 율리목장은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목장으로 차츰 변화하기 시작했다.
환경개선의 핵심인 분뇨처리 문제는 1999년 목장 이전 당시 분뇨처리에 가장 이상적인 구조로 목장을 만들었고 손수 설계해 시공했다는 스크레파, 스키즈로더가 진입하기 쉽도록 한 것이 큰 특징이다.
분뇨처리장은 비가림 시설과 햇빛이 들도록 설계한 지붕 그리고 환기용 팬 설치로 모아진 축분이 잘 건조되고 부숙 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는 1만6000여평의 사료포에 환원되고 마을 주민들이 선호하면서 봄 영농기 마을 사람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옥수수를 주로 심었던 사료포는 청보리까지 함께 파종하면서 2모작 체계를 완성했는데 청보리의 경우 이제 사일리지로 만들었던 것을 급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마을 주변의 볏짚까지 대부분 수거하면서 조사료 자급률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율리목장은 2007년도 우수목장으로 선정된 이후에도 최근에는 농장단위 HACCP 인증까지 받으면서 목장 관리에 더욱 철저를 기하고 있다.
목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목장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매뉴얼화 해 실천하다보니 목장관리가 한결 쉬워졌다며 낙농육우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깨끗한 목장가꾸기 캠페인이 농장단위 HACCP인증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2. 전혀 거부감 없는 시골마을 속의 목장
-인경목장(2006 우수상 수상), 유질도 목장도 최고로 관리

화성시는 도내 최대 낙농목장 밀집지역으로 강원도와 충북도의 전체 젖소 사육두수를 넘어설 정도로 낙농산업이 발전되어 있다.
우정읍 주곡리 일대만 해도 십여개의 목장이 위치해 있는 곳으로 화성시에서도 황해와 인접해 있어 동부권에 비해 개발이 덜 진행되어 낙농목장 뿐만 아니라 축사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인경목장은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주곡리에 위치한 중소규모의 목장으로 목장이 마을 한 가운데 위치해 목장 입지로는 불리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1977년 젖소 몇 마리를 구입해 시작한 낙농은 1997년 현 위치로 목장을 이전했고, 2001년 관상수 및 화초를 식수하기 시작하면서 마을 속에 볼거리를 제공하는 낙농목장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을 지나 이제 시골마을에도 삶의 질이 주거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파리가 날리고 냄새가 나는 목장이 마을 가운데 있다는 것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좋지 않은 것이 최근의 상황이다.
더욱이 원주민이 아닌 외지에서 목장이 이전해 왔다면 그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을 수밖에 없는데 인경목장은 그러한 불리함을 청결한 목장관리로 극복해 냈다.
마을 도로가에 바짝 붙어 있는 목장이지만 전혀 분뇨에서 나는 악취가 발생하지 않고 있고 도로와 인접한 부분에는 예쁜 꽃밭까지 조성, 지나가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곳이다.
목장을 경영하는 부부의 바지런한 성격 탓에 2003년에는 낙농진흥회가 수여하는 최고 유질 농장으로 뽑히기까지 했던 인경목장은 까다로운 유질관리 만큼이나 목장환경 개선에 열정적이라는 것이 주변 목장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증언이다.
착유실과 목장이 경영주의 자택거리와 직선거리로 10여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을 정도로 목장과 집이 한 곳에 위치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앞에서 언급한데로 철저한 관리가 이 목장의 생명인 듯하다.
목장 주변 조경사업은 2001년부터 시작했다는데 비싼 조경수는 아니지만 마을의 주변 경관은 물론 목장과도 잘 어울리는 관상수와 알록달록한 일년생 꽃풀이 목장 입구와 집 앞 화단 등을 수 놓고 있었다.
인경목장의 강점은 아름답게 가꾼 정원수나 꽃밭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깔끔하게 유지되는 목장의 환경이 최대 강점으로, 착유실이며 건초창고이며 집 앞 마당이며 할 것 없이 지푸라기 하나 마른나뭇가지 하나 찾아 볼수 없을 정도로 깔끔함을 유지하고 있다.
축사 안은 거미줄은 물론 없고, 바닥 상태가 너무 깨끗해 파리조차 날리지 않고 있었다. 각종 공구며 연장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건초장도 지푸라기 하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잘 정리되어 있고 덮개 까지 씌워 놓는 등 박인호, 권종숙 부부의 성실하고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었다.
박인호, 권종숙 부부의 청결한 목장관리는 착유실과 대기장의 청소 상태를 보면 한눈에 알수 있다.
청소하기에는 조금 힘든 구조인 파이프라인 착유장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환기상태도 좋아 연중 고른 유질을 유지하는 비결이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 주변의 증언이다.
분뇨처리 문제는 목장들의 가장 큰 고민이지만 인경목장은 축사와 퇴비장의 이상적인 동선으로 청결하게 축사를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목장인근에 1만여평의 자가초지를 확보하고 있고 인근 농가들에게 공급도 하며 전부 땅으로 돌려보내고 있어 분뇨처리는 어려움 없이 해 내고 있었다.
인경목장은 2006년에 협회가 주관하는 깨끗한 목장 가꾸기 운동의 우수목장으로 선정되어 우수상을 받기도 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의 모습을 본다면 단지 수상을 위해 가꾸어진 목장이 아니라 한결같이 잘 관리되는 목장임을 알 수 있다. 두 부부의 성실함 탓일까. 인경목장의 깨끗한 목장관리는 인근 목장에도 정평이 나 자신의 목장도 깨끗하게 가꾸겠다며 노하우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속속 방문하고 있다.

3. 화려함을 거부한 정직한 관리가 중요
-옥산목장(2006 최우수상 수상), 최우수 위용 당당히 지켜

2006년 탄탄한 인프라 구축과 자연순환형 낙농에 높은 점수를 받으며 최우수상인 농림부장관상을 받은 전북 고창의 옥산목장. 3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이 있을까. 최우수 목장의 위용을 당당히, 자신만만하게 지키고 있을 뿐 달라진 것은 없다.
“우수목장으로 선정되기 전에도 선정된 후에도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깨끗한 목장이 아니라 깨끗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서 목장이 깨끗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오히려 달라진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김춘수 옥산목장 대표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상을 타기 위해서 목장을 깨끗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비자에게, 목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지역민들에게 자식과 손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낙농인이 되기 위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부지런히 목장을 갈고 닦는 것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젖소들을 돌보고 축사를 둘러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는 것은 온전히 김춘수 대표 내외의 몫이다.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 몸이 버거울 정도로 힘겨울 때도 있지만 천직으로 살고 달려온 낙농업에 타인의 손을 빌기는 싫다는 것이 그의 뜻이다.
2006년 깨끗한 목장 선정당시, 하드웨어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목장과 사양환경이 우수했었던 옥산목장은 착유시설은 물론 축사 한쪽에 일렬로 정돈된 농기계까지 ‘깔끔’ 그 자체다. 부부가 꾸려나가는 목장이라고 보기 힘든 정도다.
착유우 52마리를 포함해 총 130마리 규모의 우사는 한치의 오차 없이 계획적으로 관리되고 있고 우사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퇴비사의 축분은 넓은 용량을 자랑하며 충분히 발효, 전량 조사료포에 살포된다. 어디하나 흠잡기 어렵다.
그러나 조경이나 화단 조성 등이 다른 목장에 비해 인색한 것은 사실이다. 대신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자연이 내려준 환경미화가 있다. 목장 옆으로 펼쳐져 끝이 안 보이는 9만9000㎡의 조사료포는 숨 막히게 푸른색으로 덮혀 있어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하다. 젖소가 배출한 분뇨는 100% 조사료포에 뿌려지고 조사료는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깨끗한’ 목장이다.
김춘수 대표는 인근마을의 청소년 가장돕기도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좋은 일은 내세우면 안되는 법이라며 입을 닫는 사람이다. 목장을 꾸려나가는 것도 그의 정직하고 진실한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있다.
“예쁘게 보이려고 목장을 가꿔본 적은 없습니다. 꽃은 집사람이 좋아하니까 심는 것뿐이죠. 대한민국을 짊어질 내아들, 내 손자가 먹을 우유입니다. 깨끗하게 생산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소비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우유를 생산하는 것이 나의 임무이니까 그것을 지켜나갈 뿐 입니다.”
김춘수 대표는 정직함과 양심을 잣대로 목장을 꾸려나가고 있다. 굵은 주름이 가로 새겨진 그의 얼굴에서 묻어나는 세월만큼 그는 낙농의 전문가가 돼가고 있다.
젖소들과 함께하는 그의 손길에는 위선이 없다. 식사를 할 때 쓸 수저를 깨끗이 설거지 하듯 내 가족, 내 우유를 먹을 소비자들을 생각하면서 착유시설을 청소한다. 짜낸 우유를 바로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 우유, 진짜 ‘깨끗한 우유’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는 세련되지 않다. 화려한 미사여구로 농장을 자랑하지도 못한다. 자랑하지 않는 그의 진실함과 정직함이 옥산목장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목장과 젖소들만이 아니라 목장을 일구는 사람의 마음까지 깨끗한 목장을 만났다. 역시 어디로 보나 최우수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