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자조금 제도 개편 축산단체 왜 반대할까?

 

김 재 민
축산경제신문기자

 

자조금 축산단체와 거리두기 거출 저조로 이어질 가능성 커
대의원 인사권한 확대 과도한 경선으로 산업 분열 조장 할 수도

 

정부가 자조금관련 제도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고 관련법 개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축산단체들의 반대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자조금 제도 개선 방향은 현재 축산단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 중인 자조금을 돈을 내는 축산업자 중심으로 개선하자는 것과 관리위원회에 전문가들을 더 많이 포진시키고 사무국도 법인화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자는 것이 정부의 로드맵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축산단체들은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며 최소한 의무자조금이 정착된 이후에 도입하자며 유보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의무자조금 출범 4년 만에 대두된 법 개정을 통한 대대적인 수술 문제점은 없는지 한번 짚어 본다.

 

대의원 관리위원 권한 강화

 

대의원과 관리위원의 권한 강화 논란은 투표라는 과정을 거쳐 어렵게 뽑힌 대의원과 관리위원들의 역할이 생각 이상으로 작다는데서 발단됐다.
관리위원 추천권을 대의원이 아닌 축산단체들이 하도록 되어 있고 나머지는 정부와 관련업계에서 추천을 하도록 되어 있다보니 대의원들의 역할은 축산단체와 정부 등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 동의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정부는 축산단체의 대표가 자조금관리위원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지만 축산단체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뒤로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대의원회와 관리위원회 역할 강화를 위해 관리위원과 관리위원장을 대의원들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도록 법 개정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관리위원과 관리위원장의 직접 투표는 표면상 대의원들의 위상 강화라는 취지에는 부합될지 모르겠지만, 전국에서 모여든 대의원들끼리 교류가 없던 상황에서 관리위원과 위원장을 뽑는다는 것은 축산인들간의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가뜩이나 자조금 조성 단체들의 갈등이 내외부에서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의원들이 인사에 깊이 관여하게 될 경우, 대의원 선거 때부터 각 단체가 자신들의 단체후보가 투표에서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선거 지원 등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대의원들이 관리위원을 선출할 때도 농가 간 지역 간 교류가 활발하지 않은데다, 축산단체들이 배후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 할 때 또다시 선거전이 일어나거나, 혹은 지역별로 나누는 식으로 배분할 여지가 많아 대의원이나 관리위원 역할 강화라는 취지보다는 선거후유증 치유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진다.
2년 마다 선출되는 관리위원장 대의원의장 선거는 더욱 과열될 수밖에 없어 해당축산물의 소비촉진과 가치상승, 농가교육과 연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자조금이 오히려 산업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자조금의 판이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관리위원장도 대의원 직선으로

 

당초 정부는 자조금관련 법 개정을 통해 축산단체의장이 관리위원장을 겸직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바로 축산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로 되어 버렸지만 정부는 관리위원장을 관리위원 중 호선하는 것에서 대의원들이 대의원 중에서 직접 선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렇게 될 경우 축산단체장의 경우 대의원을 거치지 않고 당연직 관리위원으로 위촉되는 시스템으로 봤을 때 축산단체장이 관리위원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막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이 개정될 경우 축산단체장이 관리위원으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대의원선거에 출마해야 하고 또 관리위원장 경선에 돌입해야 하는데 관리위원장에 출마를 희망하는 사람이 복수이거나 다른 축산단체에서도 후보를 낼 경우 관리위원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선거운동이 펼쳐져 농가들이 분열하는 부작용만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관리위원은 대의원회에서 직접 선출하더라도 산업의 화합차원에서 관리위원장 만은 현행대로 관리위원회에서 호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축산단체들의 의견이다.

 

사무국의 법인화

 

현재 정부는 사무국을 법인화시켜 축종별 사업단이 자조금을 직접 운용토록 해 자금흐름의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무국 운영비 사용 한도를 제한하던 조항도 사라지게 되는데 업계에서는 자조금사업단의 권한이 축산단체에서 사업단으로 이동하면서 관리위원회와 축산단체의 역할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축산단체들이 자조금을 산업의 발전을 이루고자 도입을 추진했지만 결국 자조금 사업단이 축산단체와 거리를 두게 될 경우 자조금조성에 앞장서 왔던 축산단체들의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자조금의 성장동력(참여의지)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문성을 확보한 사업단, 그리고 전문경영인인 사업단장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고 축산단체들이 사업계획을 수립하더라도 사업단과 이견이 많을 경우 필요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조금 사업은 정부에서 승인을 해야만 집행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축산단체와 관리위원회는 자조금사업단과 정부의 눈치를 함께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근 관리위원이 없는 상황에서 사업단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될 경우 자조금사업단은 준정부기관으로 그 모양이 변화할 가능성도 높고 비상근인 관리위원장과 관리위원의 의견보다 최종 사업의 승인권한을 갖고 있는 정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자조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자조금은 수술대상 아닌 치료대상

 

축산관련 의무자조금사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시작단계에서 실수나 서투름은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고 정부는 바른 길을 가도록 인내하면서 시행과정 중 발생하는 오류나 실수를 개선을 하도록 관리감독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일 것이다.
하지만 자조금을 송두리째 부정시킬만한 중대한 오류가 아니라면 섣부른 제도개선이라는 수술보다는 상처에 대한 치료를 통해 실수를 고쳐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재 정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방과 치료를 통해서도 안된다면 환자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 수술을 해야겠지만 현재 의무자조금의 상황이 수술을 단행해야 할 만큼 문제가 많은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 줄 것을 정책입안자에게 요청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