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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급식인 듯 급식 아닌 우유
등록일 2021-05-28 조회수 185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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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급식인 듯 급식 아닌 우유


우유 공급은 복지정책의 하나로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의 우유 공급이 학교를 통해서 이뤄지고 있는 방식이 유효하고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나는 우유를 정말 좋아한다. 요거트와 치즈, 그리고 아이스크림까지 우유로부터 시작되는 그 모든 음식을 좋아한다. 아침에는 눈뜨자마자 커피우유를 만들어 마셔야 비로소 하루가 시작되는 것 같다. 소위 루틴인 셈이다. 냉장고에 우유가 떨어지면 쌀이 떨어진 듯 불안하기도 하다. 이쯤 되면 좋아서이기도 하고 습관으로 굳어버린 것이기도 하겠다. 채식을 지향하며 살지만, 우유(무엇보다 치즈)를 포기할 수 없어서 완벽한 채식주의자로 살지는 못한다.


지금은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지만 어릴 때 즐거움 중 하나가 우유를 먹는 일이었다. 엄마가 우유를 사주는 날은 대체로 목욕탕에 가는 날이었다. 딸기 맛이나 바나나 맛 우유라도 사주는 날이면 그날은 행운의 날, 뛸 듯이 좋았다. 그 시절에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목욕탕에는 빨대를 꽂고 바나나맛 우유를 보란듯이 먹는 아이들이 제법 많았다. 우유를 먹으며 또래 아이들이 지었던 만족스럽고 행복한 그 표정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래서 대중목욕탕 하면 머릿속에 다른 어떤 것보다 우유가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가끔씩 어린시절 학교에서 가루우유를 끓여서 나누어 주었다는 어르신들의 배곯던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하는데 한국인으로 자라나는 어린 날의 기억 속에 우유가 어떤 모습으로든 자리잡고 있던 셈이다.


우유급식의 시대, 우리 아이들도 날마다 학교에서 우유를 마신다. 학교우유급식 표준 매뉴얼에는 마시지 않고 상온에 두었던 우유를 가정으로 가지고 가는 일을 하지 말 것을 지도하라고 되어 있으나 먹기 싫은 날 아이들은 우유를 집으로 가지고 온다. “엄마. 그래도 나는 버리지 않고 가져왔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셋째가 자주 우유를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오는데 시리얼을 사달라는 요구에 엄마가 항복해 집에서 시리얼을 먹을 수 있을 때만 우유를 즐겁게 먹는다. 생각해보면 시리얼을 먹는거지, 우유를 먹는 것은 아니다. 둘째는 우유를 싫어한다. 소화가 잘되지 않기 때문인데 말차라떼를 좋아해서 그 때문에 우유를 굳이 마신다. 우유급식 신청을 하지 않은 적도 있고 락토프리 우유를 집에서 따로 주문해 시켜주기도 한다. 넷째는 나처럼 우유를 좋아한다. 넷째는 하교 후 잘 놀다가 가끔씩 오늘 우유 당번이었는데 우유 정리를 안한 것 같아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지금의 아이들도 우유와 관련된 수많은 행동을 보여주는 셈이다.


새학년이 시작될 때 우유급식 수요조사가 실시되고, 우유급식 신청서가 나오고, 학교에서 우유를 마시고, 우유급식이라는 말을 쓰니 우유급식이 학교급식의 하나 같지만 학교급식 메뉴에 우유는 그 이름을 올리는 일은 없다. 따져보면 우유는 선택적 공급과 복지이지 급식은 아니다. 우유는 학교급식법 적용을 받지 않고, 신체 발달과 우유 조기 음용습관 형성을 통한 우유 소비 기반 확대와 이를 통한 낙농업 발전을 목적으로 학교라는 교육네트워크를 통해 공급되고 있으며, 축산발전기금과 지자체의 기금으로 사업의 기본 재원이 구성된다. 이 때문에 우유는 학생들에게 낮은 가격에 공급된다. 학교로 공급되니 유업회사의 매출 중 학교공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등교가 중지되기 일쑤인 지난해에는 우유 공급 비율이 줄어들어 유업사 매출이 크게 줄기도 했다.


1950년대 영국, 프랑스 등 서구권 나라들이 학교에서 우유를 공급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는 1981년 초등학생 대상으로 시작되어 2005년도 중학생까지 2006년 고등학생으로 확대되었다. 지자체에 따라 우유는 전면 무상으로 공급되기도 하고 자기 부담을 기본으로 하되 취약계층에게만 무상 지원되기도 한다. 우유 공급은 복지정책의 하나로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우유 공급방식이 학교를 통해서 이뤄지는게 유효하고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재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학교급식은 학생들이 골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메뉴가 구성되고 제공된다. 학교급식이 전면화되지 않았던 시기의 영양보충을 위한 학교 내 우유 공급과 의무급식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같을 수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의 우유공급은 교사나 영양교사의 고유 업무가 아님에도 학교의 행정업무를 가중시키거나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일례로 전라북도의 모학교에서는 우유급식 업무를 거부한 교사에 대해 징계조치가 운운되고 있기도 하다. 


우유는 변형된 급식의 형태가 아니라 명백한 복지영역의 일로 구분되어 학교 밖에서 지원방식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영양보충 지원과 농업,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방식을 학교라는 틀에 가두어놓지 말고 영유아부터 노령층까지 모든 국민에게 생애주기별로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로 방향이 전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농어민신문 5월 28일]